함장이 손바닥으로 비에 젖은 얼굴을 훔쳤다 적은 두돛짜리 전함으로 기습해
함장이 손바닥으로 비에 젖은 얼굴을 훔쳤다 적은 두돛짜리 전함으로 기습해 왔소이다 모두 100여척이나 되오 이를 악문 타와비는 끈질기게 다음말을 기다렸으나 이미 얼굴은 하얗게 굳어졌다 함장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타와비를 보았다 총사령이 계신 기함에도 적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소이다 아무래도 살아 돌아온 것은 네 함선 뿐이냐 마침내 타와비가 묻자 함장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모 모르겠소이다 전함들은 모두 쇠줄로 묶여져 있어서 적의 침입에 속수무책이었소이다 그렇다면 타와비 또한 백전노장이었지만 이렇게 처참한 심정이 된 것은 처음이었다 10여년전 포르투갈의 전함과 싸우다 배가 격침당했어도 이렇게 막막하지는 않았다 그때 군관 하나가 함교로 뛰어 올라왔다 사령 제4함대가 접근하고 있소이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항구의 입구를 막으라는 신호를 보내라 타와비가 악을 쓰듯 소리쳤으므로 둘러섰던 군관들이 질색을 했다 포신을 외항쪽으로 겨누고 대기하라고 전하라 놈들이 항구 안으로 진입해오면 무조건 발포하라고 전하라 빗발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지만 바람은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항안은 혼란에 휩싸여서 마치 시장 속 같았다 모두 불을 환하게 밝힌 전함들이 이리저리 떼를 지어 다녔으며 신호로 발사한 총성이 요란했고 그러다가 서로 부딪친 전함들도 있다 이제 모두 외항의 본대가 금군 수군에게 기습당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외항에서 겨우 빠져나온 20여척의 전함이 갈팡질팡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사기는 더 떨어졌다 전함들을 3열로 늘어세웠습니다 부사령이 그렇게 보고했을 때는 인시 무렵이었는데 그동안 타와비는 제4함대 사령 요르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타와비는 선임 사령이었으므로 이제 오스만 수군을 이끌어야 할 입장이다 이미 요르보와 항구를 방어하기로 뜻을 정한 터라 타와비의 표정은 다시 안정되어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갤 것이다 타와비가 사령실에 모인 지휘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한숨도 자지 못한 터라 눈들이 충혈되었고 지친 모습들이다 적이 대형 전함 200여척을 나포했으니 이제 화력이 우리보다 우세하다 말을 그친 타와비가 이를 악물었다 인내를 하고 있었지만 가슴이 터질 듯한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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