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게 마련했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도 세세하게 일러주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입을 비죽거리던 그녀는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눈물을 줄줄이쏟으며 목메어 말했다 지가 그리 싫으시다면이야 못 보는 것잉께요 그려도 너무 허시는구만요 지가 빙신이 아닌디 여자 맘얼 워찌 그리도 모지락시럽고 야박허게 대허는지 똑 죽고 잡은 맘뿐이구만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아니겄고 거짓꼴로라도 한분만이라도 지 맘얼받어주셨으먼 그 표시로 평상 혼자서도 살아졌을 것인디 너무 허시느마요 대장님이 여그뜨시는 것 보고 뜰 것잉게 나 겉은 년 인자 알은 척 마시씨요 부대에 즉각이동 명령이떨어졌다 잠시의 짬도 없이 부하들을 수습해서 이동이 시작되었다 심재모는 마음 한자락을순덕이에게 남겨놓은채 이동 아닌 후퇴의 발길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꼴로라도것인디 그녀의 울음 섞인 말이 어디가지고 따라오고 있었다 이 순박하기만 한 여자야나라고 왜 그대를 갖고 싶지가 않았겠어 그대 말마따나 난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니라젊은 남자야 허나 난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고 그러면서 그대같이 순박한 여자를 장난삼아 무책임하게 손댈 수 없었던 거야 어느 날 저녁밥상을 놓고 일어서는 순간 끼쳐오던 그대의 냄새를 맡을 때 이부자리를 깔아놓고 나가는 그대의 뒤꿈치를 보았을 때 목욕을 하고 아직 물기에 젖어 윤나고 있는 그대의 머리칼을 보았을 때 그대를 갖고 싶었느니라 그러나 나는 그때마다 참아냈다 나는 그런 사내다 나를 속이면서 틀린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내 곁에 있으면서 아주 큰 일을 해냈다그대는 내 병을 고쳐준 것이다 여자의 거기는 시궁창보다도 더 더럽다는 내가 전쟁터에서얻은 그 병을 그대는 서서히 치료해준 것이다 내 마음에서 그대를 갖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것이 그 증거 아니냐 그대의 거기는 그대의 마음처럼 깨끗하리란 생각이 든다 내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동하면 그때 그대하고 하리라 어서 집으로 돌아가 있거라 그대는 내가 그대를 찾아가리라 그 벌교라는 이상스럽게 정겨운 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