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으면 좋겠어요 기린실업 이정만 사장은 50대
끝났으면 좋겠어요 기린실업 이정만 사장은 50대 후반으로 봉제경력이 35년 되었 다고 했다 미싱사에서 시작하여 아이롱 포장 등 봉제품 생산에 서 안 거친 데가 없는 베테랑이었는데 공단에서 50여 명의 근로자 를 거느린 셔츠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단 입구의 생맥주집에 들어선 이정만은 후줄근한 점퍼차림이 었다 밤 9시경이었지만 이곳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불황을 타 는지 손님이 세 테이블뿐이다 두리번거리던 이정만은 안쪽에 앉 아 있는 신준을 보자 대경실색했다 온몸을 굳히고 서서 두 눈만 굴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도망칠 곳을 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신 준의 웃음 띤 얼굴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무겁게 발을 몌 어 다가왔다 그에게는 전화로 어음할인 회사라고 말하고는 불러 낸 것이다 여 여기 웬일이십니까 다가선 그가 선 채로 묻자 신준이 앞쪽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내가 사람을 시켜 오시라고 한 겁니다 그럼 신전무님 이 해동상사라고 했지요 아마 이정만이 무겁게 몸을 틀어 자리에 앉았다 그는 아직도 온몸이 굳어 있었다 왜 놀라신 모양인데 내가 탈옥범이라 그렇습니까 아 아니올시다 그가 손을 저 었다 너무 뜻밖이 라서요 뭐 금방 갈 테니까 마음 놓으시고 신준이 이정만의 잔에 맥주를 따랐다 수출품 하청을 하는 그는 넉 달 전에 월리 3부로 한일에서 1억을 빌려갔던 것이다 당좌 기 한은 10월 말이었으니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사업은 잘됩니까 자금이 안 돌아서 큰일났습니다 조금 안정이 된 모양으로 맥주잔을 쥔 그가 길게 숨을 뿜었다 대기업 어음도 3개월 이상 되는 것은 깡이 안 됩니다 6개월짜리로 결제를 받고는 석 달을 꼬박 기다려야 되지요 그가 갈증난사람처럼 벌컥대며 맥주를 삼키고는 빈 잔을 내려 놓았다 이번달에 한일상사 1억을 막아야 하지만 어렵겠습니다 흘낏 신준의 눈치를 본 그가 흔자소리처럼 말했다 며칠 전부터 경리부 박부장한테 부탁을 했지만 어렵다고 하더 만요 뭐 그렇다고 새로 오신 사장님이나 회장님한테 사정할 수도 없고 부도를 내게 되었습니다 이게 그 당좌지요 신준이 주머니에서 꺼낸 당좌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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